프로포즈를 받다

 

나는 어릴 때부터 결혼이 빨리하고 싶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외박, 자취는 절대 안 된다는 부모님 밑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어 얼른 도망치고 싶었나 ㅎㅎ

 

자연스레 결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때쯤, 우리나라 대부분의 예비부부들이 먼저 상견례를 하고 결혼 준비를 하다가 결혼식 1주일 전에 반협박을 해서 프로포즈를 받아낸다던가, 아니면 결혼식 후에도 못 받았다며 그게 평생 한이 된다는 글들을 많이 봤다.

사실 내 상식으론 이해가 안 된다. 프로포즈를 안 받고 어떻게 결혼 준비를 하지? 그냥 사귀다가 "우리 결혼할까?" 이런 식으로 넌지시 툭 내뱉고 상대방이 좋다고 하면 상견례부터 하고 결혼 준비에 들어가는 걸까?

나는 이런 것이 싫었다. 그래서 남자친구(이하 김대리)에게도 먼저 프로포즈 해줄 것을 어필했고 말 잘 듣는 공대남 김대리는 고맙게도 프로포즈를 먼저 해주었다.

2015년 12월 24일 목요일
크리스마스 이브
생각지도 못 했던 김대리의 프레젠테이션 프로포즈-


김대리는 전형적인 공대남이라 로맨틱, 이런 거 잘 모르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돌려 말하면 못 알아듣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프로포즈를 말해주었다. 프로포즈링 브랜드까지 지정해주었건만, 김대리는 반지라는 것이 매장에 가면 바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 프로포즈 2일 전에 반지를 구매하려 했으나 당연히 실패.


내가 원한 프로포즈는,

- 이벤트 회사 부르지 말 것
- 단둘이 있을 때 조용히 할 것
- 꽃은 별로 안 좋아하니 한 송이 정도만 준비할 것(아예 없어도 무방)


이 정도였다.

나는 김대리가 호텔 룸에서 반지 껴주면서 "나랑 결혼해 줄래?" 정도만 할 줄 알았는데, 무려 반차(그의 약 3년 직장생활에서 반차, 연차는 이번이 처음)를 쓰고 이 프로포즈를 준비했다고 한다.

김대리는 감기에 걸려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내가 지정해준 브랜드가 아닌, 백화점 주얼리 코너에서 본인 맘에 든다며 구매한 이름 모를 브랜드의 반지를 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밖으로 나가 김대리의 감기약을 사서 들어왔고 나는 귀걸이를 뺐더니 피가 엄청 많이 나서 옷이 피에 다 젖는 유혈사태를 겪었다 ㅎㅎ

평범하면서도 특별했던,
우리의 첫 크리스마스 겸 프로포즈 데이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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