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데이트스냅] 다대포 해변 with 류무환 작가님

 

촬영의 마지막 행선지는 다대포였다.
사실, 처음부터 다대포를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일정 상 반쯤 포기하고 있었던 곳이기도 했다.
일정을 조율하던 도중 류무환 작가님께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알려주시면서
그럼 감사히! 하는 마음으로 찾았던 다대포 해변.

다대포는 노을 지는 풍경이 참 예쁘다.
그 노을 아래서 함께 했던 우리의 마지막 촬영도 참 아름다웠다.

 

chapter 3. 다대포 해변

 

실은, 멀리서부터 천천히 다가와 안는 컨셉을 찍고 싶었다.
이웃 중에 도로시님이 그렇게 촬영해서 편집한 대표컷이 있는데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기 때문.
막상 찍고 나니 편집도 어려웠거니와, 우리가 너무 장난감 병정처럼 걷고 있었다.
흐흐. 아쉽지만, 그래도 드넓은 해변가에 우리 두 사람만의 발자국을 남긴 걸로 만족할 수 밖에.

 

 

소품컷도 잊지 않고 촬영했다.
처음부터 마음에 들어, 가격이나 다른 옵션을 더 고민하지 않고 질렀던 결혼 반지.
뭐든 괜찮으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고르라던 오빠의 배려 덕분이었다.

 

 

자연스럽게 해변을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길 바라셨다.
가까이서, 멀리서 우리보다 더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촬영하는 작가님 덕에 넘어지지는 않을까 괜스레 걱정이 앞섰다.
넘어질 것만 같아 몇 번이나 '어어, 작가님!' 하고 불렀던 것 같다.
그때마다 '저는 신경쓰지 마시고 두 분이서 즐겨주세요~' 라던 류무환 작가님.

그 덕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해변을 거니는 두 사람이 탄생했다.
이브닝 드레스 느낌이 물씬 나는 디자인을 고르길 잘 했구나- 싶었다.
꼭 결혼식을 끝낸 신혼 부부가 피로연 시간에 짬을 내서 노을 진 해변을 산책하는 것 같은 컷들이 많았다.

 

 

사실 다대포에서의 포옹이 가장 진심 어린 포옹이 아닐까.
일명, 류무환 색감 덕분에 따뜻한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지만 촬영하던 시각은 5시 반이 훌쩍 지나서였다.
10월 가을 바람은 생각보다 더 차가웠고
안고 있는 내내, 오빠가 춥지 않냐고 다독이며 몸을 쓸어주기 일쑤였다.
다시 하라고 한다면 배나 허리쯤에 핫팩을 꼭 붙일테야.

 

 

개구진 두 사람의 모습도 빠짐없이 남아있다.
사실 촬영 후반부에는 정신을 반쯤 놓고 있었던 지라 사진을 받고 나서
'어, 언제 이런 걸 찍었지?' 생각이 드는 장면들도 꽤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우리답다- 라는 마음으로 보게 되는 사진들.

 

 

따로 주문하지 않았는데도 감성적인 컷들도 많이 담아주셨다.
두 사람이 함께 걷게 될 첫 발의 의미이기도 하고,
두 사람이 장난스레 물놀이를 한 뒤의 즐거움이 묻어 있기도 해서 참 좋았다.

 

 

다대포에서의 모든 촬영은 맨발이었다.
중반쯤부터는 바닷가에 들어가는 편이 더 따뜻할 때도 많았다.
처음에는 파도가 친다고 덜덜 떨었는데, 결국 우리 두 사람은 바닷가로 뛰어들기도 하며 촬영을 즐겼다.

 

 

촬영을 도와주겠다고 서울에서부터 날아왔던 내 가장 친한 친구, 소울메이트.
친구와의 촬영도 진행할 수 있었다.
20대 초, 중반- 셀카를 자주 찍던 시절을 지나고 나서는 함께 남겨둔 사진이 없었던 터라 반가웠다.
혹시 몰라 따로 챙겨 간 미니 드레스를 친구에게 입히고 함께 촬영을 진행했다.
추위에 달달달~ 떨었지만, 즐거웠던 추억.

 

 

오빠는 한참동안 나를 업고 달렸다.
나중에는 힘들어서 헥헥거리는 통에, 살을 더 빼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연애기간 중 나를 가장 오래 업었던 시간이 아닐까나.

 

 

작가님께 따로 주문했던 두 컷.
서로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이 왠지 예뻐보일 것 같아서.
오빠가 작가님 앞에 서서 내 손을 잡고 도는 동안,
작가님은 오빠 시선으로 나를 찰칵. 오빠도 반대로 찰칵.
흐흐. 생각했던 그대로를 잘 담아주셔서 꽤 마음에 든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프로포즈 전의) 마지막 촬영본.
아예 바다 안으로 들어가서 파도를 맞으며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파도가 뒤에서 칠때마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웃을 수 밖에 없었던 두 사람.
그런데 왠일인지 그 모습이 참 좋다.
작가님도 그런 모습들을 담고 싶었던 것 아닐까.




2015년 10월 22일. 웨딩촬영일.
벌써 지금으로부터 따져도 꽤 지난 일인데 하나하나 따뜻하게 남아있는 걸 보면 참 행복하다.
앨범이나 액자를 제작할 때도
양가 부모님과 우리, 너나할 것 없이 어떤 사진을 골라야 할 지 모를 정도로
모든 사진이 다 마음에 들고 또 행복하다.

앞으로 류무환 작가와는 평생, 기록을 함께 하고 싶다.
우선- 2월 14일. 예식도 잘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사랑하는 우리가 되길.

우리, 이치고 이치에.
일생에 단 한번뿐인 인연.
당신이어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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