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데이트스냅] 기장 대룡마을 with 류무환 작가님

 

 

처음부터 무리해서 욕심을 좀 부렸다.
하루만에 장소 세 곳, 의상 세 벌, 컨셉 세개.
하루종-일 뛰어야하는 스케쥴이었는데 작가님은 흔쾌히 오케이 하셨다.
"어디든 사진만 잘 나오면 상관없습니다"
하루를 오롯이 우리 두 사람을 위해 함께 해 주셨다.


드레스를 두 벌 고르면서 고민을 했었다.
미니 드레스를 한 벌 더 빌릴까, 이브닝 드레스를 한 벌 더?
그러다 문득 예복 생각이 났다.
어머님께서 잘 어울린다며 사 주신 원피스와 유사한 느낌의 오빠 스웨터도 떠올랐다.
컨셉 하나 쯤은 예복을 입은, 결혼 사진 같지 않은 데이트 스냅이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chapter 2. 기장 대룡마을, 아트인 오리

 

기장 대룡마을에 가 본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우리보다 더 일찍 도착해 계셨다.
점심쯔음이었으므로 아트인오리 옆의 국수 가게에서 먼저 식사를 하기로 했다.
국수를 시키고도 작가님은 쉴 줄을 몰랐다.
여기 저기, 국수 가게 안에 좋은 장소들마다 우리를 세우고 셔터를 눌렀다.

심지어 이모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주방에까지 들어가서 찰칵. 사진 남기기.

 

국수가 나왔는데도 바로 앉지 않으셨다.
일단 두 분 먼저 드세요- 라며 몇 컷을 더 남기셨다.
무안해하며 이제 진짜 드세요! 라고 하자 그제야 오셔서 조금 불어버린 국수를 드셨다.

피로도 풀 겸, 식사 후엔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에 대한, 웨딩에 대한 작가님의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해 드릴 것이 마음으로하는 응원 뿐이라 미안할 정도.

 

곧이어 촬영을 이어갔다.
사실 이쯔음부턴 썩소를 많이 지을 정도로 지쳐 있었는데
작가님의 노력과, 또 오빠의 센스로 다시 힘내서 웃으며 촬영했다.
중간중간 빵 터져서 얼굴이 구겨진 사진이 많을 정도.

 

노란색 장미꽃다발을 다시 만든건 신의 한 수였다.
온통 검은 옷만 입고 있다면 어두울 수도 있었는데, 노란색 장미꽃이 화사-하게 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함께 가져간 팝아트도 큰 몫을 해줬다.
빈티지한 무인까페의 분위기에 적절한 소품이기도 했고, 우리 두 사람만의 추억이 담긴 소품이라 더 뜻깊었다.
팝아트와 똑같은 표정과 포즈도 지어보았지만, 왠일인지 좀 낯선 건 기분 탓?

 

개인적으로 이 구도에서 찍은 컷들이 모-두 마음에 든다.
앨범 자켓같은 느낌도 나고, 내가 원했던 자연스러운 느낌이 물씬 묻어 있어서 더 좋았다.
드레스를 입은 게 아닌데도 충분히 아름답고 예쁘게 나와서 더 좋았다.
커플룩인듯 아닌듯 시밀러룩을 택하길 잘했다 싶었다.

 

서로에게 짧게 메모를 남기기도 했는데 ... 너무도 단순하고 짧게 쓴 나와 각서(?)를 쓴 오빠.
이런것도 다 추억이라며 따로 남겨주셨다.
야구를 일주일에 3번이나 보겠다기에 내가 마음대로 1번으로 줄이고,
화장실 청소를 오빠가 맡기도 결정했다.
결국은 내 맘대로 정리.

 

마지막 저 컷을 찍고서 작가님이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여기 와서 제일 마음에 드는 컷이에요! 라고 했던가.
지금까진 마음에 드는게 없었냐고 발 동동했지만, 다시 보면 볼수록 마음이 간다.
서로의 눈길과, 마주잡은 손과, 그리고 마주닿은 입술이 진짜 우리 같아서 참 좋다.

 

무인까페를 나서다 말고, 옆에 위치한 다락(?)에도 올랐다.
좁은 통로를 거쳐 올라가서는 뜬금없이 진-한 키스 하기.
작가님의 요구에 따른 거였지만, 카메라는 전혀 마음쓰지 않고 함께했던 것 같다.
멀리서 찍으니까 잘 안보일거라는 믿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과물을 보고 얼굴이 빨개진 건 안 비밀.

 

작가님만이 가진 고유의 색감이 참 좋다.
'류무환 컬러'가 따로 있는 것만 같다.
포토샵에 기능툴로 넣어두고 두고두고 쓰고 싶을 정도.
원본도 예쁘지만, 작가님이 해 주신 색감 보정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참 노곤노곤, 따뜻해진다.
류무환 컬러가 나오면 당장 구매할 의향 백만개.


작가님과 함께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작가님이 물어보셨다.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느냐고.
진짜 사랑한다는 건 어떤거냐고.

사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준비해도,
깊이 생각지 않거나 생각하더라도 정리하고 넘어가지 않기 쉬운 부분들이었다.
늘 사랑하는 사람들을 촬영하면서 그 마음이 부럽고 또 부럽다고 하셨다.
나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씀드리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린다.
오히려 나는 늘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간을 바라보고, 기록으로 남겨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류무환 작가님이 부럽고 또 부러웠기 때문.


오빠랑 약속을 했더랬다.
"앞으로 이 사람과는 평생 가자."라고.
우리에게 아가가 찾아와서 배가 불렀을 때에도,
아가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에도,
시간이 많이 흘러 나이 든 우리가 또 다시 리마인드 웨딩을 하고싶을 때에도.
언제나 작가님과 함께 하자고.
작가님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를, 우리는 좀 더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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