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데이트스냅] 양산 법기수원지 with 류무환 작가님

 

 

스튜디오 촬영을 과감히 포기할 때부터 믿는 구석이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내 웨딩촬영은 류무환 작가님과 함께 한다! 라는 스스로의 다짐.
작가님과 함께라면 우리 두 사람의 시간이 아름답고 또 따뜻하게 남을 거라는 확신.
그리고 내 의견에 100% 동의해 준 신랑의 고마운 마음까지.

촬영이 끝나고 2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진을 볼 때면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무엇보다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를 남길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격 또 감격.
가족부터 지인들 모두 하나같이 혀를 내두르며 최고라고 칭찬해 준 사진.
혼자 간직하기엔 너무도 아까운 기록들.

(작가님, 정말 감사합니다)

 

chapter 1. 양산 법기수원지

 

셀프웨딩촬영 오전 첫 촬영은 양산 법기수원지였다.
아침 10시. 법기수원지 주차장에서 작가님과 첫 대면을 했다.
"결혼 축하합니다."
진심 담긴 축하 인사와 가벼운 악수. 그것이 작가님의 첫 인상이었다.

사실 촬영 전에 걱정이 많았다.
촬영지로 가는 도중에 빗방울이 잠깐잠깐 떨어질 정도로 흐린 날씨였기 때문.
파-아란 가을하늘을 담으면 예쁠거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실망도 컸다.
그런데 걱정하는 우리 두 사람에게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오히려 이런 날씨에 더 멋진 사진이 나온다고 안심시켜주셨다.

그리고 진짜 그랬다.
왜 걱정했나 싶을 만큼 아름다운 사진들을 간직할 수 있었다.

첫 촬영은 서로의 단독 프로필부터.
긴장을 잔뜩한 우리 두 사람에게 농담도 건네고 예쁘고 잘생겼다는 칭찬으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셨다.
작가님과의 작업은 매-우 편안했다.
오래 알고 지내던 지인과 놀러 나와서 추억 만들기 놀이를 하는 기분도 들었다가,
꼭 어느 순간에는 내가 이 세상에서 주가 높은 연예인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사실 촬영을 끝내고서 가장 많이 했던 걱정은 "너무 잇몸 만개하고 웃었다!"였다.
둘 다 웃음이 많았던 탓도 있었지만 그만큼 촬영 분위기가 좋았던 터라 쉴 새 없이 웃기만 했다.
너무 턱을 젖히고 크게 웃다보니, 촬영 중간에는 신부님~ 고개 조금만 숙일게요~ 라는 피드백도 돌아왔을 정도.

그런데 모두 기우였다.
촬영본을 받아봤는데, 하나같이 밝고 행복한 표정의 우리 뿐이었다.

양산 법기수원지 촬영본을 보면서 모두 입을 모아 했던 말은 최고의 촬영지라는 것.
나무가 거의 다했다!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저 공간에, 저 햇살에, 저 행복함이면 그 보다 좋은 순간이 있을까.

"지금부터 신랑님은 돌아서 있고, 신부님이 뒤에서 천천히 다가가 주세요.
 신랑님은 신부님의 드레스 입은 모습을 처음 본 거에요. 그 감정 그대로 꼬옥 안아주시면 됩니다!"
작가님의 주문에 따라, 마치 오늘 처음 서로의 멋진 모습을 본 것처럼 다가섰다.
오빠 어깨를 톡톡 치고- 천천히 돌아선 오빠가 나를 꼬옥 안아주고.

카메라 앞에서 키스를 나누는 건 좀 어색했다.
입술만 가까이 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작가님은 '진짜 사랑하는 두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본연의 모습'을 담는 게 진짜라고 생각하셨다.
괜찮아요- 진짜 키스해주세요. 라는 주문을 꽤 많이 들었다.

덕분에 시간이 지날 수록 꽤 편안하게 키스를 나누게 되었고 :-)
연인이 서로 키스하는 모습을 제 3자의 눈으로 바라볼 일은 거-의 없는데,
작가님 덕에 우리가 이런 모습이구나, 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관람객이 많았다.
삼삼오오 모여 놀러오신 어르신들과 소풍을 나온 유치원생까지.
어르신들은 "신랑신부가 훤칠하니 이쁘네- 잘 살아요!" 하며 덕담을 해 주셨고
꼬마 애기들은 "드레스다!" 하며 공주풍의 의상에 관심을 가져주었다. 으하하.

한없이 끌어안고 한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하루를 보냈다.
10월 22일, 쌀쌀한 감이 없잖아 있는 계절.
얇은 드레스가 전부였던 나는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추위와 싸워야 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사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였으니까.

작가님이 결과물을 보내주시면서 그랬다.
신랑님 표정이 너무 다양해서 좋다고. 그리고 신부님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따뜻해서 좋다고.
무슨 말일까 했는데 사진을 보니 알 것 같았다.
흐흐. 나, 사랑받는 여자구나.

고민고민하며 열심히 만든 투명 아크릴판은 꽤 쓸만했다.
장난처럼 주저앉아 가장 우리다운 모습으로 꺄르르- 웃고 있는 이 사진을 오빠가 참 좋아한다.
화장실 간 자세 아니냐고 놀리는데, 그래도 좋단다.

약속할게요. 두 사람, 예쁘게 잘 살겠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는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정현종, 방문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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