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9 * 신부 부케 받기 & 예쁘게 말리기

8월 29일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어요.

오랜 기간 예쁘게 연애하고 결혼하는

두 사람을 축하하러 간 거지만,

제게는 또 다른 임무(?)가 하나 더 있었답니다.

바로 친구의 부케를 받는 일.

 

신부가 부케를 던지고 받는 일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더라구요.

그 중 하나는 신부가 던지는 부케에는 '결혼'에 담긴

많은 축복과 행운이 담겨 있어서

그 마음 가득 담아 가까운 친구, 동생,

그리고 드물게는 언니가 받는 편.

(보통 부케는 자기보다 윗사람에게는 주지 않는 게

관례 같은 거라는 말도 있더라구요 ㅎ)

 

 

문제는, 이 부케에 한 가지 악영향이 있는데

부케를 받고 6개월 안에 결혼을 못 하면

로부터 3년은 혼자라느니,

부케를 받고 6개월 안에 연애를 못 하면

평생 혼자라느니 하는 미신들.

미신이긴 하지만

좋은 일로 찝찝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결혼을 앞둔, 가까운 친구가 부케를 받곤 해요.

 

마치 맞춤으로 제작한 듯,

제가 결혼을 앞둔 친구였고

요녀석의 식으로부터 6개월 내에

우리 결혼식이 진행되기 때문에

마음 꺼릴 일 없이 기쁘게 부케받이 역할을 맡았어요.

그리고 내심, 아직 한 번도 부케를 받아보지 않아서

기대감? 로망? 같은 것도 있었구요. 크크크.

부케를 받은 사람은 당일,

예쁘게- 한 번만에 부케를 잘 받는 일 외에도

새로 시작하는 부부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있어요.

바로 100일 간 부케를 잘 말려주는 것.

 

주위 어른들은 금시초문이라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꽤 최근에 만들어진 관례인 것 같긴 해요.

여기서도 방법은 2가지.

100일 간 부케를 말려

신혼부부에게 다시 선물로 주거나(예쁜 유리병에 담아서)

혹은 100일 간 잘 말린 부케를 불에 활활 태워주기.

그럼 백년해로하고 두 사람이 이뿌게 잘 살 수 있다고.

 

뭔가 주술을 부리는 느낌적인 느낌 ㅎㅎ

친구는 선물까진 필요없고,

예-쁘게 말린 뒤 화끈-하게 태워달라고 부탁했어요.

대신 부케를 태우는 동영상을 선물로 받겠다며 ㅎㅎ

사진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두 번 정도 부케를 던지고 받았던 것 같아요.

그날 하루 매번 부케를 잘 잡아내는 기염을 토함.

옆에서 예랑이는 그 모습을 찍겠다고

정신없이 핸드폰 카메라로 찰칵찰칵찰칵.

모두가 잘 알다시피, 부케를 받고 나면

신랑과 신부 사이에 서서 기념촬영을 해요.

"신랑 쪽으로 너무 붙지 마시고,

신부랑 친하게 찍읍시다!"라고 외치던 사진작가님.

안붙을거에요 .... 나도 눈치는 있어요 (엉엉)

 

그래도 이건 약과죠?

어떤 결혼식에선 부케를 갖고

서로 갖겠다 다투는 씬을 연출하기도 하고

키스하는 두 사람 옆에서 울상 짓는 씬을 연출하기도 하고

제각각이더라구요 ㅎㅎ

그리고 받아온 꽃다발.

수국도 있고, 장미도 있고- 반짝이(?)도 있어요.

생각보다 부케 무게가 나가서 놀랐답니다.

식을 하는 동안 이걸 계속 들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신부가 힘들었겠다는 기분이 들 정도.

지금도 계속 부케는 벽에 붙여서 말리는 중이에요.

그 예쁘던 모양새는 사라지고

마치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는 상태로 돌변.

보통 나중에 선물로 다시 주려면

애초에 한송이, 한송이 해체해서 말리는 게 좋지만

친구는 불태워달라고 했으므로

화끈하게 한 다발 째로 말리는 중이랍니다.

 

100일 후가 언제인지 계산해 보니 12월 6일.

그 때까지 잘 마르고 있으려무나.

아직까지 고이 살아있는 반짝이들.

싱싱하고 예쁘던 그 꽃이

벌써 이렇게 바스락거리다니.

12월엔 앙상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치만 그 나름대로도 충분히 예쁜 편.

 

12월 불타는 동영상으로 만나용.

 

 

 

# 오늘의 tip

부케 받는 건 생각보다 쉬워요.

적당한 운동신경만 있으면 예쁘게 받을 수 있답니다.

한 번쯤은 부케를 받는 것도 좋은 추억일 것 같아요.

100일 뒤, 말린 부케를

어떻게 선물할지 미리 상의하는 게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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